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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야
어린 시절
우리 집 초가지붕에
장독대 위에 쌓인 눈
내 가슴 시린 어느 날 밤
높이 솟은 아파트 창문 때리며
아스팔트 갓길로
코트 깃 세우며 걸어가는
연인들 볼 위로 낙하하는 하얀 꽃잎들
깜빡이는 가로등 사이로
은빛 가루 휘날리고
연은 펄럭이니
밤은 점점 깊어간다
나뭇가지에 소복이 내린 눈
찬란한 아침 눈꽃 향연으로
살포시 얼굴 내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