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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여름
봄꽃이 피었다 아스러진 자리
손님이 찾아와 촉촉이 대지를 적신다
피곤한 오후
고개 떨구었던 풀과 나무들
토닥여 주는 정겨운 손길을 받아
환호하며 기지개를 켠다
폭풍의 항해 속에
잔주름 깊게 박힌 군상들
한숨 크게 내쉬며
생명의 움틈이 길게 뻗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