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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화
가을이 익어가는 길목
수려한 모습으로 피어나 웃음 짓는 너
지난여름 내내 몽우리 맺으며
활짝 피어날 그 날 기다려왔다
봄여름 꽃들이 다투듯 피어날 때
모두에게 넉넉한 마음으로 양보하고
이제야 가을을 수놓는 너의 겸허함에 고개 숙인다
간밤에 쏟아진 폭우
흠씬 맞으며 그 아픔 잘 견뎌내고
함초롬한 자태로 아침을 맞이하는 너
청순하였던 내 누님의 옛 모습을 떠오르게 한다
가을이 깊어지며
너의 푸른 잎 점차 시들어지고
고운 꽃잎 하나둘 떨어진다 해도
너의 아름다움 결코 잊지 않으리
그 꽃을 지키는 파수꾼 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