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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합화
지난밤 내린
장대비 견디어내고
함초롬히 피어 있는 꽃
시집간 누님의 얼굴이다
밤새 내린 빗물
잎새 위에 영롱하고
아침 생명의 빛을 발한다
가녀린 몸매로
폭우를 이기어내고
푸르른 잎새로 몸단장하는 여심
풀 먹인 교복의 칼라처럼
오뚝하게 콧날 세우며 서 있지만
부드러운 마음 감출 길 없어
순백의 미소를 세상에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