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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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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 말에서 한 달 동안 수확한다. 그 열매, 사랑의 열

매가 후두둑 떨어지는 소리가 자신의 영혼을 깨운다고 화자는

노래한다. 어떤 영혼을 깨우는 소리일까. 화자는 자신의 영혼이

얼마만큼 성숙해졌을까를 관조적

(觀照的)

으로 은행과 비교한다.

봄이오면 은행나무 가지에 앙증맞게 새잎이 터진다. 이를 바

라보는 사람들은 누구나 다 초록빛의 희망과 아름다움을 느끼

게 된다. 그러나 어느덧 초록빛 향연은 가을이 오면서 노란빛

으로 변하기 시작한다. 마치 도공이 노란빛으로 구워낸 도기를

보게 되는 것처럼, 화자도 스스로 절대자의 찬란한 무늬빛 아

름다움을 지닌 자기

(瓷器)

를 구워낸 숨결을 느낀다. 귓가로 절

대자 자신의 숨결과 혼을 담아 놓은 하나의 도기가 되라는 속

삭임을 듣게 된다. 그런데 은행나무 가지 사이에는 전깃줄이

놓여 있다. 그날따라 그게 슬프게 보인다는 행

(行)

에서, 아직도

자신은 절대자에게 청아한 청잣빛 색을 못 내고 있음을 솔직하

게 고백하고 있다.

오월에 피어난

라일락 보랏빛 미소 닮은 당신

바람결에

실려 온 그윽한 꽃향기

기도로 다가오는 당신의 사랑입니다

가녀린 가지임에도

여름을 재촉하는 폭우 이겨내고

하늘을 맑게 수놓던 당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