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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는 딸 둘이 먼저 태어나자

그의 아버지 또 그 아버지 그의 아버지가 그랬듯이

둘째 부인을 얻어야 하는가 생각했다

그러나 세 번째는 아들이 태어나고

네 번째 아들 그리고 다섯 번째 아들이 태어나

어머니는 홍씨 가문의 홍복이었다 (중략)

인생의 허무가 뼈저린 아픔이었나

사대 독자의 과잉보호가 그를 허약하게 하였나

매일 술을 마시고 어머니가 한마디라도 하면

밥상은 허공에 나는 비행기가 되고

겨울밤은 도박판에서 밤 지새우고

집과 논밭 모두 날아갈 뻔하였다네 (중략)

초등학교 때 단 한 번

아버지가 자전거 앞에 태우고 읍에 가실 때

아버지의 따뜻한 가슴을 느끼며 좋았는데

그도 잠시 어느 집에 들어가시고

나는 문앞에서 오랫동안 기다릴 때 얼마나 무서웠는지

돌아오는 길 뾰로통하여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중략)

언젠가 여름방학

시집간 누나네 집에 어머니와 가며

처음으로 평안함을 느껴보았다

차라리 아버지가 없으면 하는 바램이 있었다

어느 여름날 뒷밭에 팔려고 재배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