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vious Page  111 / 114 Next Page
Information
Show Menu
Previous Page 111 / 114 Next Page
Page Background

110

먼 여정에 외로운 나그네

오늘의 바쁜 일상 마치면

그 나라로

나도 기적 소리 울리며 떠날 것이다

── 기적 소리, 전문

친구의 주검을 보며 세월이 떠나가는 소리, 작별이 아쉬워하

는 소리를 내며 먼 여정을 달려간다고 표현했다. 화자는 육십

갑자를 한 바퀴 돈 이순

(耳順)

이고 얼마 있지 않아 종심

(從心)

될 것이다. 언젠가 화자도 기적 소리를 내며 마땅히 가야 할 곳

으로 떠날 것이다. 그런 그에게도 유년 때의 첫사랑이 있었고,

첫사랑의 소녀와 뚝방길을 걸으며 나누었던 이야기를 소담스레

기억하고 있다. 한국이 아닌 다른 곳에서의 함박눈에도 첫사랑

의 소녀가 눈에 밟혀 온다.

이게 인생이다. 우리가 삶아가는 참모습이다. 친구의 마지막

생을 단조로운 묘사가 아니라 내면에 비친 단어, 모래사막의

신기루 같은 삶을 통찰하고 있다. 파스칼의

팡세

의 첫 장에

는 인간의 두 정신을 말한다. 섬세의 정신과 기하학의 정신이

다. 여기서 섬세의 정신은 자신을 향한 구심력의 정신이고, 기

하학의 정신은 육체의 필요성을 말하는 것이다. 이 때문에 외

부세계를 파악하기 위해서 영혼의 눈이 필요하다. 화자는 꿈

을 찾기 위해 또 다른 장

(章)

을 펼칠 수 있는 본능적 의도를 바

탕에 깔고 있어 목회자의 길을 선택했으리라 싶다. 그게 아니

고 직업으로 선택한 것이라면 진실과 허위라는 대비적인 개념

으로 사회현실을 탐구하고자 하는 의혹, 아무리 믿기를 강요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