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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외를 몰래 먹으며 아버지 드리면 좋겠다 생각이 들었는데

며칠 뒤 아버지는 영영 못 돌아올 길을 가셨다

그날 나는 아버지를 잃은 슬픔보다는 안도의 기쁨이 있었다

뒷산 참외밭에서 참외를 옷에 닦아 먹으며

처음으로 울컥 아버지를 잃은 슬픔이 솟아올랐다 (중략)

── 아버지날의 소회, 일부

삶에 대한 역사의 수레바퀴는 참으로 묘

(妙)

한 것이어서 언제

나 같은 궤도를 돌고 있다. 아무리 그게 아니라고 발버둥을 치

고, 다시는 그러지 말자고 약속을 하건만 세상의 일이란 그게

그거여서, 돌아보면 별로 달라 보이는 것 없이 되풀이되고 있

음을 알게 된다.

예를 들어 우리가 사극을 보면서 가끔 눈물을 찔끔거리고 그

때 일에 분노하고 가슴을 친다. 내가 그런 경우라면 안 그럴 것

이라고 다짐까지 한다. 과연 그렇게 될까. 천만의 말씀이다. 시

간과 세월이 지나고 나면 바로 오늘의 거울에 어제의 자화상이

고스란히 남아 되풀이하고 있는 역사를 보게 된다. 어쩌면 역

사적 사실을 통해 그 당시 삶의 모순을 반성하기보다는, 바로

미래를 예시하는 듯한 나 자신을 보고 있다는 사실이다.

시 속에 있는 작가 홍마가는 목욕탕에 앉아 있는 듯하다. 목

욕탕에 가면 자신의 육체를 가리고 있는 거추장스러운

(?)

옷을

다 벗어야 한다. 화자가 벗는다는 것은 가려진 몸을 닦을 수

있고, 닦아야 그 속에 도사린 사심

(蛇心. 私心. 邪心)

들이 씻겨

질 수 있다는 의미를 알고 있다. 그만큼 씻어야 할 멍에가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