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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날의 소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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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도 산골 마을
한 아기가 태어났다
사대 독자 귀한 몸
불면 날아갈까 가슴 졸이며 애지중지 키웠다
일본 유학도 행여 어찌 될까 아니 보내고
시골 촌부가 되었다
아버지는 딸 둘이 먼저 태어나자
그의 아버지 또 그 아버지 그의 아버지가 그랬듯이
둘째 부인을 얻어야 하는가 생각했다
그러나 세 번째는 아들이 태어나고
네 번째 아들 그리고 다섯 번째 아들이 태어나
어머니는 홍씨 가문의 홍복이었다
무덥던 음력 칠월 어느 날 정오
막내인 내가 태어났을 때
아버지는 읍내에 나가 참외를 팔고 돌아와
지게를 마당에 내려놓고
헛기침 두어 번 하며 그의 기쁨을 표현하였다네
* 2016년 아버지날 아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