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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년의 첫사랑
청초하게 핀 나팔꽃처럼
다소곳이 고개 숙인
고운 모습에
가슴 설레었지
우수에 젖은
소녀의 눈망울
슬픔의 이유를 알고
마음이 아리었지
낙엽이
학교 운동장을 뒤덮고
첫눈 내리는 계절이 지나며
그리움을 안으로 삭이었지
세월은 흐르고
대학생이 된 소년 앞에 다시 선 그녀
가을걷이가 끝난
고향의 뚝방길을 걸으며
소녀가 들려준 옛 추억들이
새록새록 피어난다
오늘처럼
함박눈이 내릴 땐
첫사랑 소녀의 모습이 떠오른다